자전거 타고 쿠바여행



저    자    문종성

출    판    2010.04.07

페이지    395

가    격    14,500원

책 소개


용감무쌍 비전 청년의 쿠바 자전거 여행

130일 동안 6,620KM의 북아메리카를 횡단(2007)했으며 그 후 남아메리카를 자전거로 두루 다니며, 자신 안에 있는 열정을 따라 세계일주에 나선 문종성. <라이딩 IN 아메리카>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이번에는 열정의 나라 쿠바를 여행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에서 저자는 카리브 해의 진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유기농법, 혹은 빔 벤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려지는 쿠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쿠바의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사진을 본문 곳곳에 넣어 마치 독자가 자전거 안장에 앉아 쿠바를 직접 여행하는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저자 소개


저자 : 문종성
저자 문종성 님은 전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자신 안에 있는 열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에 나섰다. 자전거로 중국대륙을 종단했는가 하면, 130일 동안 6,620KM의 북아메리카를 횡단(2007)했으며 그 후 남아메리카를 자전거로 두루 다녔다. 지금은 아프리카 대륙을 가슴에 앉고 자전거 폐달을 밟고 있는 중이다. 여러 매체에 자전거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저서로는 『라이딩 IN 아메리카』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_ 내 생애 최고의 보물섬

1. 치명적인 쿠바의 유혹
뜻밖의 제안 | Why Cuba?

2. Jump to the dream
컴퓨터 사용료? | 성공의 예감 | 쿠바 교회 | 꼬레아! 꼬레아노!

3. We start
첫 라이딩 | 쉽지 않을 걸? | 96kg 청춘, 96km 주파하다 | 쿠바 농가의 얼음물 |
마탄사스에 가면 눈물나는 라면이 있다

4. 쿠바 인터넷 사용기
20MB 도전 | 마르따 할머니 | 쿠바 인터넷의 웬수

5. 절망과 감사는 한 끗 차이
이 길이 아닌가벼! | 폐가해서 하룻밤? | 인심 좋은 와냐 아줌마

6. 실종 X-file
파트너 실종사건 | 회상 | 13일의 금요일 | 곰 사나이의 눈물

7. 두 영웅이 나에게 왔다
체 게바라의 숨결을 찾아서 | 도둑님의 초스피드 | 단 한 번의 버스 여행

8. Dynamic Trinidad
제대로 한 방 | 한국이 성룡의 고향? | 부비부비 살사 | 꼼빠르샤 카니발

9. 평안의 길 위에서
마음이 부요한 사람들 | 미스테리 명물 다리 | 가장 오래된 내륙도시

10. 고민은 기대의 또다른 이름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 자전거맨들의 옥신각신 | 사나이들의 속내 털어 놓기

11. 두 얼굴의 도시 까마구에이
근심을 강탈해가는 풍경 | 아프리카와 쿠바의 만남, 룸바

12. 조용한 시골 아름다운 이야기
슬픈 엑소더스 | 108세 할머니 모시는 쿠바 효자 | 야단법석 가족사진

13. 혁명과 라밤바, 그리고 설탕 천국
요한 집에서의 하룻밤 | 고전적 혁명 도시 | 입장금지? | 나를 달뜨게 한 라밤바 |
사탕수수 주스 | 설탕 마니아의 파라다이스

에필로그_ 청춘은 여행으로 시時를 쓴다


출판사 서평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온 당신, 이제 자신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 주자!
보물찾기 하듯 설레는 가슴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자!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하여!”

결코 놓칠 수 없는 꿈이 있었기에 자전거에 훌쩍 몸을 실었다. 그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스물여덟 청년의 쿠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쿠바와 자전거 여행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픈 에세이다. 그렇지만 여행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까’라며 불편하게 자기를 위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삶을 존중하는 자세를 되찾게 해 줄 마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치명적인 쿠바의 유혹
카리브 해의 진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빔 벤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대변하는 수식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구상 얼마 남지 않은 이 사회주의 국가 이면에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혁명가의 꿈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 땅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비겠다는 두 청년의 유쾌한 발상은 예기치 못한 만남과 추억들로 이어진다.

■ 아바나에서 만난 한국인의 후예
“안.녕.하.세.요.저.는.애.리.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끊어 말하는 열여섯 살 소녀. 뜻하지 않게 한국인을 만나 반가웠는지 서툰 한국말로 수줍게 인사한다. 이곳은 아바나 뒷골목 까빼똘리오 바로 뒤편의 현지인 교회다. “우리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에요.” 깜짝 놀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앗! 도무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저기 한국 시골 할머니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계 쿠바나였다. 목사님 이름은 다비드 리, 그 아내는 이소라. 두 꼬마 숙녀는 애리와 세리이고, 애리 할머니 이름은 이영순이란다. 할머니는 한국인의 외양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반면 스페인어를 사용했고, 그 후세대는 외양까지도 점차 라틴계로 흡수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눌하게나마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애리에게 물었다. “한국 가고 싶니?” “네, 많이 많이요. 꼭 가보고 싶어요.” 이들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놀이도 배우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한글을 깨치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을 지켜 나갔다. 이 한마디가 그들의 진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살사 댄스보다 윷놀이가 더 좋아요.”

■ 그곳에 가면 춤과 여유와 사랑이 있다
노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남의 시선일랑 개의치 않고 흔들어대던 살사, 열대과일을 담뿍 내어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카를로, 억센 빗줄기 속에서도 귀찮고 고생스런 일을 묵묵히 도와준 루카스, 우연히 마주친 이방인들을 선뜻 맞이해 준 와냐 아주머니, 108세 할머니를 정성스레 수발하는 조지, 쿠바 내 한인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인생을 바친 마르따 할머니,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진 말레콘에서의 사랑의 행렬. 그가 페달을 밟을수록 쿠바는 더 이상 갇힌 세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쿠바이기에 만날 수 있는 열린 세상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 속에는 그들 방식대로 사랑하는 개성 넘치는 삶이 있었고, 청년의 심장은 어느새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뛰고 있었다.


책 속의 한 구절


타악기 소리가 고막을 때리고, 유일한 관악기인 트럼펫이 단조로운 음색을 입히는데 그 조화가 참으로 절묘하다. 거기에 맞춰 씰룩쌜룩 32비트로 흔들어대는 엉덩이의 향연들. 정신 사나울 것 같다고? 천만에! 정신 나간 사람은 그저 멀거니 지켜만 보고, 오히려 정신이 온전한 사람만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몸의 대화, 살사다! …그때였다. 내 엉덩이에 뭔가 비벼대는 듯한 야릇한 느낌? 이건 뭔가? 참 요상하게 터치하는 감촉이었다. 뒤돌아보니 웬 풍채 좋은 아주머니가 스텝을 밟으며 내 뒤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총각! 왜 그렇게 멀뚱하게 쳐다보고만 있어? 왔으면 즐기라구. 자, 이렇게 흔들어 봐!” ‘으악!’ 아주머니는 스물여덟 평생 순결했던 내 엉덩이에 자신의 엉덩이를 맞대고는 그 민망하다는 부비부비를 해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바탕 웃는 모습이라니. 내가 당황해하자 주변 사람들은 ‘저것 좀 보세’라며 온통 포복절도다. 169~171

야구로 한창 화제가 집중되다가 다시 뉴스를 보니 쿠바를 탈출하려던 아이들 소식이 전해졌다. 파도에 휩쓸려 두 아이가 사망하고 한 명은 크게 부상당했다는 비보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다. 그들에게는 배급으로도 채워지지 못하는 극심한 빈곤이나 구속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견딜 수 없이 끔찍했을 것이다. 야구로도 위안 받지 못하는 삶의 절박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뭐라도 돌파구는 찾아야겠고,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망망대해를 그렇게 나갔나 보다. 파도가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른 채……. 246

다음날 아침 길을 나서기 전이었다. 나는 조지의 할머니가 생을 다하기 전에 기념사진이라도 찍어 주고 싶어 마당으로 온 가족을 불러냈다.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손자며느리는 할머니 머리를 매만지고 조지는 마당에서 가장 예쁜 꽃을 꺾어다가 할머니 손에 쥐어 준다. 그렇게 부산을 떨고 렌즈 앞에 나와 환하게 웃고 있는 그 가족들을 보자니,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지는 못하지만 할머니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왠지 모르게 손가락마저 떨려왔다. 피사체를 통해 불효자인 내 모습이 투영된 까닭일까. 흔들거리는 초점 때문에 연신 세 번씩이나 찍어야 했다. 그렇게 조지 가족들과의 만남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254~255

엘리자베스, 한국명은 이애리. 보통 연예인 브로마이드로 도배를 했음직한 열여섯 소녀의 방 한쪽 면에는 뜻밖에도 거대한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거실에는 태극모양의 부채와 오래되어 빛이 바래긴 했지만 고운 한복 차림의 한국 모델 사진이 장식되어 있었다. 자신이 한국 핏줄임을 선명하게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인후예인 소녀의 꿈은 한국에서 한글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문화를 알고 싶단다. 쿠바라는 갇힌 공간에 살지만 마음만은 한국을 향해 항상 열려 있었다. 그것은 여느 사춘기 소녀들과는 분명 다른 그리움이자 꿈이었다. 364~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