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왕따'에서 꿈을 찾아 주는 '코치'로


Guideposts 2020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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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0 | 06

'왕따'에서 꿈을 찾아 주는 '코치'로 


사춘기 시절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며 우울증까지 겪었던 소녀가 이제는 청소년들의 꿈을 찾아 주는 ‘코치’로 거듭났다.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아름 청년 이야기다. 삶의 벼랑 끝에 선 그를 잡아 준 것은 하나님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언제나 그의 곁에 계셨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하나님을 알고 나서야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제야 그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따라 한 걸음씩 걷는 인생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가이드포스트 독자분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이 되고 싶고 하나님 안에서 청소년들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되고 싶은 한아름입니다. 지금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 교회에 길게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번 교회를 옮겨 다녔어요. 지금은 남북성결교회(윤훈기 담임목사)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요.

맏이로 태어난 덕분에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어요. 특히 어릴 적 외할머니와 아랫집 윗집에서 살아서 외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참 많아요. 참, 제 이름도 외할머니께서 지어 주셨어요. 하나님 복, 사람 복을 한아름 받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지금은 할머니가 시골로 내려가셔서 전처럼 뵙지는 못하지만 그런 만큼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 후 소위 ‘왕따’를 당했어요. 그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고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어요. 아마 이 시기가 저와 가족에게 사건 사고가 많았던 때였어요.



더구나 사춘기에 진짜 힘든 일을 겪으셨네요.


중학교에 입학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열정이 있었어요. 어떤 공동체든지 끼리끼리 모이잖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한 친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같이 먹지 말자고 했어요. 왕따를 시킨 거죠.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와 함께 밥을 먹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같이 밥을 먹었어요. 이런 제 행동이 친구들의 눈에 거슬렸는지 그때부터 저를 왕따시키는 거예요. 더구나 왕따당할 뻔한 친구도 그 무리에 속해서 저를 왕따시켰어요.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반 전체가 ‘한아름하고 밥 먹지 마’라는 쪽지가 돌 정도로 심해졌어요. 그래서 급식비를 내고도 밥을 못 먹는 일이 부지기수였어요.

선생님들이 조별 과제를 하라고 말씀하실 때가 제일 싫었어요. 애들이 저하고 같은 조 되는 걸 싫어했거든요. 제가 점점 혐오스러운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당시는 죽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빛 없는 방안에 박혀서 지냈어요. 한편으로 제가 죄를 많이 지어서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신 거라는 잘못된 신앙이 제 영혼을 점점 더 메마르게 했어요.



1학년이 지나고 나서는 좀 괜찮아졌나요?


2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신경을 써주셔서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다른 데서 상처를 받았어요. 남자애들이 성희롱 발언을 많이 했거든요. 당시 제가 많이 뚱뚱했는데, 돼지 냄새 난다는 말은 일상이었고, 돼지는 사료를 주어야 한다며 종이 쪼가리를 뭉쳐 던지면서 주워 먹으라는 등 모욕적인 행동들을 했어요. 더구나 주변 어른들이 기도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죠. 그래서 가해자의 잘못까지도 내 탓이라 자책하기 바빴어요. 자존감이 바닥을 쳤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때마다 뚱뚱한 몸이 끔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굶으면서 다이어트를 해서 석 달 만에 10kg를 감량했어요. 하지만 그 탓에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많이 앓아야 했어요.

청소년들은 분위기에 휩싸이기 쉬워요. 한 명이 분위기를 몰아가면 나머지도 동조해서 전체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데, 문제는 그것이 나쁜 상황일 때예요. 대표적인 게 왕따죠. 제 경험상 한번 분위기가 형성되면 학년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요. 3학년 때는 아예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조퇴를 밥 먹듯이 하며 병원을 다녔고, 점심시간이면 도서관이나 화장실에 숨어 있곤 했어요. 그런 중에도 몇몇 친구들은 저와 친구가 되어 줬어요. 그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 둘 데가 있었어요. 너무 고맙죠.



중학교 3년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이겠어요.


정말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게 괴로웠어요. 우울증도 앓았어요.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가 매일 눈물의 기도를 해주셨어요. 지금의 제가 있는 건 엄마와 할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힘든 경험이었지만 가족을 의지하며 지나올 수 있었죠. 

고등학교는 왕따 문제 때문에 조금 멀리 있는 여고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같은 반이던 아이가 또 같은 반이 됐어요.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부회장 선거에 나가서 당선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약해진 체력 때문에 몸이 아파서 장시간 결석해야 했는데, 회복 후 학교에 가니 분위기가 달라졌더라고요. 중학교 때 왕따당한 사실을 아이들이 알고 제게 등을 돌려 버린 거예요. 모든 아이들이 합심해서 저를 투명인간 취급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왕따 이야기가 바로 제 이야기예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중학교 시절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제 모습을 성찰하고 기도하며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또다시 무너지는지 정말 힘들었어요. 먼저 말을 걸어 주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제 몸은 스트레스로 인해 허구한 날 장염에 위염, 편두통을 앓느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어요. 결국 학교를 자퇴해야 했죠.

자퇴를 선택한 이유가 왕따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왕따 문제로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전도사님이 추천해서 여름 캠프에 갔다가 하나님을 만났어요. 그때까지 제게 하나님은 벌주시는 분이었어요. 노래방에 가도 죄, 머리에 염색을 해도 죄라고 생각했죠. 당연히 하나님은 무서운 분이고 신앙생활은 즐거운 게 아니었어요. 그런 제게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으로 만나 주셨고, 그때부터 어둠으로 가득했던 제 마음에 빛줄기가 스며들었어요. 

하지만 모태신앙인으로 자라면서 잘못된 신앙관을 갖게 된 까닭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내 죄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우울증도 반복됐고요.

그러다 고등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게 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 방에 들어가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했어요. 의지할 곳, 붙잡을 곳이 아무것도 없으니 하나님밖에 안 보였어요. 그때 저와 함께 울어 주시는 하나님을 만났어요. 하나님은 제 모든 비밀을 알고 계시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는 아빠와 같은 분이었어요. 그때 제게 큰 위로가 된 말씀이 예레미야 1장(4 - 9절)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너는 그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여 너를 구원하리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 이에요. 그리고 제 소명이 무엇인지 이 말씀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후 기도하면서 부모님과 상의한 후에 자퇴를 결정했어요. 당시 담임 선생님이 저에게 ‘다수가 너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너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며 네가 이 학교를 자퇴하는 것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잘못한 것이 없었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자퇴를 결심한 것이 아니었어요. 다만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선 학교 안보다는 학교 밖이 더 의미 있다고 확신했을 뿐이에요.



지금 기독교교육을 전공하시잖아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자퇴하고 CCM 사역자가 되고 싶어서 실용음악학원에 다녔는데, 6개월 정도 공부해 보니 제 길이 아니었어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들을 해봤어요.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성경적 세계관으로 다음 세대를 교육할 수 있는 학과를 알아봤어요. 그러다 교회 집사님을 통해 기독교교육과를 처음 알게 되었고, 교회 목사님도 기독교교육을 전공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때 느꼈던 첫 끌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청소년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어른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기독교교육과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지금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면서 코치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대학에 입학한 후 세부적으로 진로를 계획하고 싶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2학년 때 동아리 과제로 수업 시연을 준비하다가 코칭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 됐어요. 코칭은 질문, 경청, 피드백을 통해 미래에서 현재를 조명하여 고객이 현재의 위치에서 변화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기존의 상담, 멘토링, 컨설팅 등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형태라면 코칭은 수평적 파트너십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어요. 코치는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과 경청,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수평적 파트너로서 고객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로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사람이에요. 

이런 부분이 제 마음을 움직였고, 그때부터 기쁨과 열정으로 코칭을 배웠어요. 그 과정에서 학창 시절에 겪은 상처들이 많이 극복됐어요. 지금 제 꿈은 제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하나님 안에서 청소년들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되는 거예요.



청소년기에 겪었던 경험들이 지금 청소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나요?


청소년들의 코치가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이에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두려워해요. 보이지 않는 변수가 생기는 것이 싫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늘 시편 37편 23 - 24절 말씀(“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을 마음에 새깁니다. 제가 비틀거려도 잡아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에 예수님과 함께 한 걸음씩 걸어가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중학교 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했지만, 내 안에 회복과 치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경험했음에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곤 했죠. 청소년 중에는 피해 학생도 있지만 가해 학생도 있잖아요. 처음에는 가해 학생을 보면 자꾸 화가 나고 미웠어요. 심리적으로 아직 용서가 안 된 거예요. 다행히 가족과 남자친구의 지지와 응원으로 조금씩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시간 동안 늘 나와 함께 울어 주고 곁에 있어 주고 힘을 준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해 학생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어요.

어릴 때 꿈이 의사, 심리상담사, CCM 가수 등이었어요. 공통점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직업이라는 거예요. 지금은 청소년들이 자꾸 제 눈에 밟혀요.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전문적으로 코칭 공부를 했어요. 아직 코치의 첫 번째 단계인 KAC(Korea Associate Coach)이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제가 지금 학생이지만 글로벌코칭&코치비즈니스에 취직이 됐어요. 회사의 배려로 학업과 함께 파트 타임 형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제 인생의 비전과 일맥상통해요. 코칭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비전, 꿈을 찾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청소년들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달란트를 주신다는 것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어요. 더구나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 탐색을 할 시간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요. 그런 아이들에게 제가 할 역할은 그들이 자기 탐색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주는 거예요.  

만약 제가 왕따를 당하던 시절에 이런 질문을 던져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왕따 때문에 힘들긴 했겠지만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 저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보다 왕따를 당하는 저 자신이 혐오스러웠거든요. 당시에 제가 하나님께서 주신 가치, 달란트의 의미를 알았다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 자신을 미워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끝까지 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십대 시절을 세상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왕따, 찌질이, 상처투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꿈이 생긴 이후로 저는 예수님의 부르심(calling)에 응답하는 삶을 사는 청년이 되었어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라는 말씀이 있어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제게 일어난 모든 일을 우연이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제게 일어난 모든 일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어요. 제가 겪은 일들로 인해 저는 청소년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누구보다 간절하게 아이들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되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인생에 찾아오는 고난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아요. 하나님의 때가 반드시 있어요. 이 희망을 가지고 우리 함께 주어진 인생의 여정을 잘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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